2020.07.24. 여러가지 잡생각(feat. 행복)

근 몇 주간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살아오느라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른 채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았는데 드디어 어제, 그리고 오늘! 굉장히 여유로운 이틀을 보냈다. 진짜 살 것 같다..ㅎ 그리고 혼자있는 시간이 생기고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시간이 생기니까 또 생각이 많아졌다. 흔히 말하는 잡생각? 이틀간 한 생각이 이주동안 한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역시 사람이 생각할 시간이 생겨야 생각을 하나봐 고3 2학기에 내가 쓸데없이 생각이 많았던 이유가 그래서였나봐 1학기 땐 생각이고 뭐고 할 여유도, 시간도 없어서 자기성찰따위 하지 못한 채 막 살다가 .... 그 사단이.. 났지만.. 뭔가 간만에 여유를 찾고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르는데 가뭄에 내린 단 비 같은 느낌이었다. 

 

((아 그냥 생각나서 추가하는 말. 일요일에 스택애들 모여서 진실게임? 할 때 애들이 찐친 테스트라며 꽉보고 나랑 손절하고 싶었던 적 있냐고? 물어봤는데 난 쿨하게 난 안다고 괜찮다고 그랬다. 이미 허심탄회하게 둘이서도 얘기 했던거고 늦은 사과도 했고 고3이기도 했고 이래저래 .. 근데 그 때 문창준이 한 '아 최소정 3학년 1학기에 여자애들 구설수의 주인공이었지' 라는 말을 듣고 진짜 나만 몰랐구나 싶더라.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이슈? 이야깃거리?였구나 그냥 좀 .. 그랬다. 뭔가 알고 있었지만 괜히 팩트로 한 번 더 맞은 느낌..? 아무렇지 않은 척 안다고 웃어 넘겼지만 실은 또 한 번 상처를 입었다.

고3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내가 원래대로, 괜찮아질 때까지 참고 (손절하지 않고....?) 기다려준 친구들에게 너무 고마우면서도, 다 알면서 나한테 아무말 해주지 않았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은 섭섭했다. 한비랑 영은이 조차도 3학년 1학기? 너 많이 예민했지 라고 얘기하는 걸 들으면서 한 번 더 느꼈다. 나만 빼고 나 알고 있었구나. 하긴 근데 그 때 나였어도 내 친구가 그랬으면 아무 말 못했을거니까.. 가까울 수록 그런 말을 쉽게 꺼낼 수 없으니까.

하지만 장지훈이 걔 특유의 가벼운(?) 입으로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난 끝까지 몰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 때 장지훈한테 그 말 딱 듣고 머리 한 대 맞은 기분이었는데 진짜 많이 울었지. 내 주위 사람들도 나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란걸 물론 알지만, 그래서 지금도 미안하고 고맙지만, 생각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주제로  떠들었다는 사실, 날 미워하던 그 사람들이 전부 내 행동과 말 때문이라는 사실. 그 모두를 한 번에 알게 되었을 때 세상이 무너져내렸어. 미워할 대상이 나 자신이라는 건 정말인지 비참해진다. 해소할 수 없는 분노와 죄책감이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이런데 더 깊은 곳엔 얼마나 많은 욕들이 있었을까.

지나고 나서 무뎌져서 고3이라도 좋으니 삼성고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이 글 쓰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고3 1학기는 죽어도 돌아가기 싫다. 그 때는 내 자신도, 내 상황도, 그리고 내 주변과의 관계도 모든게 최악이었거든. 사실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최악이라곤 생각 안 했는데 지나서야 알게된 그 때의 나는 정말 최악이다. 미움받기 싫어하는 최소정이 그렇게까지 누군가의 미움의 대상이 되고, 인간성에 있어서 허점 보이는 게 제일 싫은 최소정이 엄청난 허점을 흘려줬다는 게. 진지하게 나 때문에 힘들어하던 내 친구들에겐 진심으로 미안하고 지금도 고맙지만, 가볍게 흘리듯, 남 얘기하듯 얘기를 전하고 소비하던 사람들은 .. 그래 사실 내 잘못이 맞지만 그 사람들은 좀 밉다. 잠깐 추가하는 말이었는데 왜케 길어졌지 역시 여유롭나봐))

 

무튼 이걸 쓰려고 티스토리 열었던 건 아닌데 또 주저리주저리 .... 어후 

오늘 아침에 사기병 인스타툰 올리시는 분의 피드가 올라왔다. 치료가 많이 힘들어보였다. 생과 사를 다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 분을 보면서 진심으로 낫기를 기도했다. 일면식 하나 없는 분이지만 나름 오랜 독자로써, 암과 하루하루 싸우며 살기위해 버티는 그 분을 보면 괜히 숙연해지고 마음이 아팠다. 대체 그 분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렇게 힘들어야하는지. 나는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있는게 당연한데 그 분은 아들 입학식을 보기 위해 기적을 바래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세상에는 이렇게 하루하루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겠지. 참 웃기다. 그 사람들이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대체 왜... 그런 삶을 살아야 할까. 신이 있는거라면 차라리 없는게 나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앉아서 하루에 몇 백만원 몇 천만원씩 벌어들이는 삶을 사는데, 누군가는 병원비가 없어 전전긍긍하며 치료도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세상. 이런게 신이 바란 세상일까. 그냥.. 문득 생각이 많아졌다. 이렇게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다. 세상이 아직 밝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수없이 많은, 절망과 우울이라는 어둠에 갇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근데, 과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뭘 해야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아직 잘은 모르겠다. 

문득 정의론 때 배운 롤스의 무지의 베일과 차등원칙이 생각났다. 사람을 내가 어떤 처지에서 태어나게 될지 모른다. 태어나보니 다 기울어져가는 집에서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기 힘들 정도로 가난한 집의 장남일 수도, 혹은 태어나보니 비와 김태희의 아들일 수도 있겠지. 우리 사회는 언제나 내가 최악의 처지에 놓이는 것을 대비해서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서 롤스도 불평등은 최소수혜자를 위할 때만 허용된다고 주장했겠지. 근데 지금 우리나라 사회는,, 과연 잘 되어 있는걸까

음... 사실 정의론을 배우기 전까지는 재능, 능력, 부로 인한 불평등?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노력해서 내가 성공해서 버는 돈인데 국가가 어느 권리로 그 돈을 재분배하는가. 내가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난 건데 그런 불평등도 하나하나 다 따지다보면 세상에 인정할 수 있는 노력이라는 것은 없다. 근데 롤스에 대해 공부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사실,, 누구나 성공할 기회는 있다. 다만 그 기회를 현실로 실현하는 가능성엔 차이가 있다. 누군가는 가난해도 머리가 아주 좋아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가난한데다가 머리도 그닥 좋지 않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니라 그저 그런 삶을 계속 살지도 모른다. 사실 따지고 보면 노력? 집중력? 끈기? 다 운이다. 흔히 말하는 '금수저'로 태어나는 거나, 태어날 때부터 음악 천재였거나 본질적으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집중을 잘 하는 성향일 수도, 말을 더 잘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어느정도는 노력으로 커버된다지만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이 든다. 노력하는 것조차 물려받는거라고. 왜냐? 사실 뭐든 열심히 하는 성향의 사람(유노윤호처럼)과 게으른 성향의 사람도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났다고 볼 수 있으니까. 전자의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월등히 높겠지. 무언가를 열심히 하기도 수월할 것이고. 그래서 나는 이런생각도 든다. 사실 사람은 거의 대부분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게 아닐까. 내가 가진 성향, 성격, 재능은 변하지 않지만 그 한도 안에서 바꿀 수 있는 걸 바꿔나가는 게 아닐까. 사실 나도 따지고 보면 부모님께 정말 감사한 부분이 많다. 노래와 춤, 그림, 글 다재다능함을 물려주신 엄마, 더불어 나서는 걸 좋아하고 말하는 걸 좋아하는 엄마의 성격은 정말 누가봐도 물려받았고, 거기에 컴퓨터나 뭐 만들고 조금은 무뚝뚝한 성격에 음악 좋아하는 성향의 아빠 피도 물려받았다. 내가 만약 음악과 1도 관련없고 흥미 없는 부모님 아래서 태어났다면 이렇게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그니까 이런 사소한 거 하나하나가 전부 타고나는 거다. 이걸 내가 노력해서 얻었다고 하기엔, 모순이 너무 많다. 물론 내 노력이 없지는 않았겠지. 그치만 대부분의 베이스는 '운'으로 부여받은 거다. 뭘 이뤄내든, 내가 나 혼자 이뤄냈다고 주장하기엔 양심에 찔린다. 모두가 마찬가지다.

자신이 성공한 것은 자신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그 피를 물려주신 부모님, 혹은 그게 아니라도 훌륭한 가정환경, 그게 아니라면 불운한 가정환경을 버티게 만든 다른 어떤 환경들, 그 모든게 내 편이 아니었다면 그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 사소한 모든 것들. 절대 혼자 이뤄낼 수 있는게 아니다. 내가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든 난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도움을 받고 성장한다. 결코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남들보다 더 괜찮은 처지에 있다면, 저 아래에서 힘들게 버티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내 몫을 나눠주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그들이라고 나와 다른 사람일까? 난 노력하고 그들은 노력하지 않아서 이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난 운이 좋았고,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고, 노력이 빛을 발할 기회가 있었을 뿐이다. 반대로 생각해서 내가 열악한 처지에서 태어나 살아간다면? 좋은 처지에 태어난 사람을 평생 동경하고 미워하며 왜 난 이렇게밖에 살지 못하나 생각하며,, 도움을 주길 바랐을 거잖아. 

나는 뛰어나게 좋은 머리를 가졌거나,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도로 예쁜 얼굴을 가졌거나, 태어나자마자 노후걱정 필요없는 재벌 2세들을 부러워하지만, 동시에 하루하루 먹고 사는데 걱정 없고, 내가 사고 싶은 건 돈 좀 만 아끼면 살 수 있고, 정 아니면 엄마한테 부탁하면 살 수 있고, 동아리활동하며 사람들도 만나고 다니는 내가 참 불공평하다고 느낀다. 정말 사소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생활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가끔은 참.. 이렇게 매우 풍족하진 않지만 모자람없이 행복한 환경에서 태어난게 부끄럽달까.. 누군가에게 죄송하달까.. 사실 이 두 단어 다 어울리지 않다. 뭐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무튼 그렇다. 

엄청나게 긴 글이 되어버렸지만 결론은 이 세상에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적어도.... 최대한의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내가 기여하고 싶다. 근데 난 지금 이런 글을 적고 있지만 10년 뒤엔 현실과 타협하고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꿈이 커도 너무 크다. 하긴 그게 엔프제니까..ㅋㅋㅋㅋ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엔프제.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