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3.

실은 있잖아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사실은 많이 속상해요. 어렸을 땐 재능이 많다고 다들 좋아해줬는데 그리고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어른들이 말하는 애매한 재능이란게 얼마나 짜증나는 건지 알 것 같아요.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에 애매한 재능이 있다는 것이 날 이것도 저것도 못하게 가둬 버린다는 걸 알까요? 사람들은 나더러 못 하는게 뭐냐고 묻지만, 잘하는 게 뭐냐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도 없어요. 이런 내가 엄마랑 너무 닮아서, 요즘은 엄마 생각이 많이 나요. 물론 나는 엄마보다 노래를 못하고, 엄마보다 춤을 잘 추지도 않고, 엄마만큼 그림을 잘 그리지도 않아요. 하지만 엄마만큼이나 그것들을 너무 좋아해서 조금은 힘들어요.

 

엄마가 좋아하던 피아노를 전공하는 걸 포기했을 때 얼마나 속상했을까. 패디과에 가고 싶었을 정도로 그림과 디자인에 재능이 있던 엄마가 현실과 마주해 포기했을 때는 또 얼마나 마음이 쓰렸을까. 잘하는 노래를 나이가 들고 요즘 노래를 몰라서 노래방 가는게 싫다고 하시던걸 왜 장난스레 듣고 넘겼을까. 엄마가 발목이 아프고 발가락이 아프다고 할 때, 나는 왜 그냥 춤 추러 가지 말라고 쉽게 대답해버렸을까. 야속하게도 나와 동생은 엄마를 너무 많이 닮았어요. 내 동생은 나보다 피아노도 잘 치고, 노래도 잘해요. 글은 내가 좀 더 잘 쓰는 것 같기는 해요. 춤은.. 모르겠네요. 그냥 속상해서 막 적는 글이에요. 난 무엇을 정말 잘하는 걸까.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사람. 그게 나인 것 같아요. 엄마는 그렇게 좋아하던것들을 어떻게 포기하고 살았어요? 저는 이 작은 일도 너무 쓰린데 나를 낳고 동생을 낳고 어떻게 버텼어요? 당장 난 그것들을 못 하고 산다고 생각하면 눈 앞이 캄캄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이상하지 이 정도로 음악이 좋으면 재능이라도 있던가 아니면 아예 할 줄 모르던가. 이기적인건가 싶기도 하지만 이런 애매한 재능이 마냥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중학교 때는 하고 싶으면 다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무대에서 사람들의 박수소리를 듣는게 제일 행복했고 무대 위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세상이 넓다는 걸 깨달았죠. 중학교 때 취미로 추는 춤과는 차원이 다르게 잘 추는 몇몇 친구들. 운 좋게 같은 동아리로 활동했지만 친구들도 누가 얼마나 잘 추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죠. 춤이야 내가 동아리를 만들었으니까 추고 싶어서 즐겁게 췄지만, 추면서도 나보다 잘 추는 친구들을 보며 많이 부러워했던 것 같아요. 사실 가장 슬펐던 것은 작은음악회 2연속 탈락. 그 때 처음으로 좌절했던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어도 하지 못 한다는 거. 사실 난 내가 노래를 엄-청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단지 고등학교 때 친구들하고 노래방에 가면 친구들이 엄청 많은 칭찬을 해줬고, 그로 인해 자신감이 붙었을 뿐이죠. 처음엔 내가 진짜 그 정도로 잘 부르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솔직하게 음... 못 믿겠어요. 이젠 내가 부르는 노래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감조차 오지 않아요. 난 더 잘 부르고 싶고, 세상엔 나보다 훨씬 잘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어느정도 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잘 하는 건 아닌. 이게 내가 가진 모든 재능이예요. 포기하기엔 내가 그걸 너무 좋아하고, 그렇다고 누군가 나를 붙여주기엔 애매한 상태. 대학 가면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요. 오히려 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나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이 있는 거였어요. 그냥 나도 엄청 잘해서 모두가 인정할 만큼 잘하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해서요. 그냥 넋두리 해봤어요. 실은 요새 내가 뭘 잘하는지도 잘 모르겠거든요. 어렵네요 어른이 된다는 건. 어느 정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나는 항상 그걸 못 해요. 사실 앞으로 내 진로가 어떻게 될지, 컴과에 온게 맞는 건지, 내가 진짜 IT분야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내가 그만한 열정을 가진 사람인지, 내가 사람들이 보는 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겉으로만 화려해보이는 그런 사람은 아닐까. 난 생각하는 것만큼 아는게 많지도 않고 마냥 착하지 만도 않은 사람인데.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네요. 

 

아 그래서 동아리 어쩌죠. 솔직히 말하면 유튜브에 연고티비 영상, 피에스타 안무 영상 뜰 때마다 다 지워버리고 싶거든요. 사실은 보컬도 한 번 떨어졌었고. 와 3개나 떨어졌네. 물론 경쟁률이 엄청 빡셌던 동아리는 맞아요. 근데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그냥 착잡하고 그래서 오랜만에 글 써봤어요. 오늘 하루는 좀 우울하게 있을래요. 진짜 너무너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또 잤어요. 언제부턴가 스트레스 받으면 몸이 강제로 졸리게 만들더라고요. 이렇게 우울하게 글 써놓고 내일은 또 멀쩡해지겠죠. 난 그런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