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4 새벽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정신이 없었고, 있는 시간에는 뇌를 빼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보기 바빴다.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평소에 해야 하는 생각으로도 벅찼다. 그래서 내 삶에 대한 생각은 전에 비해 훨씬 덜하게 된 것 같다. 평소 같았으면 늦게 자더라도 글을 쓰는 밤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잠이나 자자는 생각이 커졌다. 

관계들도, 해야 할 일도 자꾸만 회피했다. 카톡을 보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답장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카톡도 잘 안보게 됐고, 디엠도 잘 안보게 됐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해야 할 답장도 미루기도 했다. 예전과 달리 그냥 피하고 싶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꽤나 많아졌다. 마주하면 금방 해결될 일을 그냥 계속 미뤘다.

이제 학회가 2주 남았다. 이 마지막 2주만 버티고 나면 수료다. 운영진이라는 또다른 임무가 남아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학회에만 매여살지는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학회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모르게 많이 배웠다. 한 때 현타를 느끼던 인간관계도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았고, 많은 불안감이 해소되었다. 여전히 내가 뭘 하고 먹고 살아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매우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전의 내가 그저 인간 ENFJ였다면 지금은... 조금은 ESTJ같기도.. ESFP 같기도 .. 아무튼 예전보다 훨씬 현실적인 사람이 되었고, 사람을 조금은 덜 좋아하고, 조금은 덜 감성적이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아무튼 지금의 내 상태는 그러하다. 생각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과거의 나에 비하면 지금은,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수준이다. 생각하면 머리아프니까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과거의 내 모습을 그리워했다. 어쩌면 때 묻지 않아 순수했던 그 때의 나. 사람을 좋아하고, 베풀고 나누며 기쁨을 느끼고, 친구들을 사랑하고 꿈이 컸던 그 때 그 시절의 나. 지금은... 여전히 그 때의 모습이 남아있지만, 그럴 힘이 없다랄까. 그래서 나는 내가 많이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누군가 내게 '소정아, 그래도 여전히 네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모습 보면 순수해~ 그래서 좋아'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내가 예전에 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놓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여전히 많은 것을 쥐고 있었다. 학회를 하는 와중에도 폴댄스를 했고, 춤을 췄고, 촬영을 다녔다. 친구들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열심히 놀았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학회 끝나면 놀 생각, 폴댄스 할 생각 뿐이다. 아직 취업의 최전선에 있지 않긴 한가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너무 미래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었는데, 나는 이렇게 다시 기억난 내 원래 모습이 좋았다. 고등학교 때 나의 목표는 '하고 싶은 건 다하고 졸업한다' 였다. 그리고 지금의 내 삶도 별반 다르지 않아보인다. 대학생 때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자. 지난 과거를 돌아봤을 때, 나는 고등학교 때의 나의 삶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행복했으며, 여전히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현실에 치여 아무것도 못하는 삶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 많고 생기가 돌고 욕심 많은 삶을 살고 싶다. 근데 그걸 잊고 살고 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뭘 해먹고 살지 고민한다. 하지만 아직도 뭘 해먹고 살아야 내가 재미있을지, 내가 뭘 하고 싶은건지를 쫓고 있다. 만약 내가 진짜 예전의 내 모습을 잃어버렸다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할 만 한 것을 찾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나는 여전히 CEO나 기획자가 되고 싶고, 그 꿈은 n년 째 변함이 없다. 가는 길이 달라졌을 뿐이지, 정작 내 궁극적인 꿈은 그대로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최근에 학회 회장 때문에 고민이 참 많았다. 이걸 내가 나가도 될지, 나가서 잘 할 수 있을지, 떨어지면 어떡하지 등등등 걱정이 너무나도 많았다. 근데 위의 내용들을 생각해보며 깨달았다. 내가 언제 뭘 할 때 망설인 적이 있었나? 그냥 하고 싶으면 했고, 안되면 말았다. 근데 왜 이번엔 뭘 그렇게 고민하지? 뭐가 그렇게 고민이 되는거지? 그냥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난 그래왔으니까. 이런 생각을 해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냥 다 내려놓고 딱 '내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하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까짓것 안되면 어때, 남들보다 늦게 결정하고, 남들보다 약하고, 남들보다 너무 솔직하면 뭐 어때. 그렇다고 회장 못하는건 아니잖아. 그게 내 장점이었는걸.

 

사실 지금 졸려서 멍해서 내가 뭔소리 쓰는 건지도 모르겠음..ㅎㅎㅎ 암튼 내일을 위해 자야지

팀장도 잘 해낼 수 있다 최소정

마음먹으면 넌 다 할 수 있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