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0. <민족 고대>

오늘 하루종일 몸이 안좋았다. 

 

아침 9시에 한양대 발표가 있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애들도 거의 떨어졌고, 나 역시도 떨어졌다.

성대가 붙을 거란 확신은 있어서 별로 상관은 없었는데 기분이 안좋았다. 심지어 그 날 고대 발표도 있어서 괜히 불안했다. 아침까진 멀쩡했는데 4교시를 지나면서 머리가 아프고, 배도 아프고, 컨디션이 정말인지 최악이었다. 

 

억지로 생각을 잊어보려 하트시그널2를 보면서도, 수만휘를 켜놓고 혹시나 조기발표가 날까봐 끊임없이 새로고침을 눌러댔다. 그렇게 4시가 넘어가고, 조기발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래도 한 10분전쯤 날까봐 계속 새로고침을 해댔다. 그러던 중 4시 반, 수만휘에 고대 합격자 발표가 떴다는 글이 나타났다. 그리고 나도 손을 벌벌 떨며 입학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결과는, 

합격.

보는 순간 너무 놀라 이어폰을 던져버렸다. 그리곤 곧 주변 애들을 의식하고선 혼자 입을 막고 있었다. 진심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니 사실 조금 났다. 난 면접을 망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초합 했을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차마 다른 애들한테 말은 못하고 아빠한테 가장 먼저 전화했다. 아빠한테 봤냐고 물어봤고, 아빠는 수고했다고 했다. 그간 힘들었던 것이 쭉 지나가면서 눈물이 나더라. 대놓고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웃음이 나왔다. 몇몇 아이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고, 혼자 합격자 발표 화면만 수십번 들어갔다 나갔다 확인했다. 그리고는 합격자 유의사항도 매우 꼼꼼하게 다시 읽고 또 읽었다. 

 

 

 

한비가 저녁 먹기 전에 나가자는 페메를 보낸 것을 보고 김셩 홈룸가서 최한비 고대 결과와 김셩 숙대 결과를 함께 언박싱(?) 했다. 다행히 우리 셋 다 좋은 결과가 있었고, 기분 좋게 저녁을 먹으러 나갈 수 있었다. 정말인지 잘 안됐을까봐 엄청 걱정했는데 셋 다 같이 좋은 결과여서 너무 행복했다. 우리는 BBQ에 가서 오랜만에 올리브 치킨 양념 반 후라이드 반으로 시켜서 셋이서 배 터지게 먹었다.

 

 

그리고 원래 있던 약속. 현지와 현준이와의 뒷풀이. 약속 잡을 때까지만 해도 우울할 걸 예상하고 있었는데, 너무너무 다행히도 현지와 현준이 모두 그 날의 결과가 좋았다. 예상치 못하게 강범석까지 껴서 뒤풀이했다. 진짜 재밌었다. 진실게임도 너무 웃겼고,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뭘 해도 좋았다. 그렇게 1차로 재밌게 놀고, 룸코노 가서 노래 좀 부르고, 편의점에서 애들 라면먹는거 국물 뺏어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상태가 돌아오지 않아서 강범석에 의해 강제로(??) 걸어다니고 의자 앉아서 펭수 영상을 보다가 기숙사로 들어왔다.

 

뭔가 자기합리화 같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내가 고대에 붙은 건 다 운명이 아닐까. 나의 진정한 바람이 만들어 낸 운명이 아닐까. 말로는 서울대 가고 싶다고 노래불렀지만, 늘 의문이 있었다. 과연 서울대 스타일이 나랑 맞을까, 거길 가면 진짜 행복할까. 고대를 보며, 고연전 영상을 보며, 즐거운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던 나는 속으로는 고대가면 정말 즐거운 대학 생활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란듯이 서울대 떨어뜨리고 고대 붙여준 걸 보면, 나의 진심을 알아준 게 아닐까, 라는 말도 안되는 합리화를 한다. 

 

근데 난 진짜로 행복하다. 오히려 서울대 붙었으면 기쁘면서도 가슴 한 켠이 복잡하고 찝찝했을 것 같다. 응원가 영상을 보면서 나의 대학생활을 그려보면, 난 너무너무 행복하고 이 학교에 붙은게 너무 잘된 일 같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