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30.

광활하고 새까만 밤하늘을 보면 마치 깊게 빠져드는 듯한 기분이 든다. 드넓은 바다를 보았을 때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과 유사하다.

몸을 던지고 싶다.
그게 하늘이든 바다든.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사람의 어떤 욕구 때문일까.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뇌의 화학적 작용일까. 한없이 넓고 깊고 위대한 자연 앞에서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점이 되어버린다. 이게 참 아이러니하다. 밤하늘 아래에 서있는 난 정말 작고 보잘 것 없음을 느끼지만, 동시에 거기서 위로를 받는다.
내가 죽어도,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이 세상은 멀쩡히 잘 돌아가겠지만, 내가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지금을 즐길 수 있는게 아닐까.
언젠간 내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세상이 바뀌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고 싶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이 왔을 때, 내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가 너무 커서 감히 죽음을 생각하지 못할만큼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어보지도 못하고 이 여행이 끝나면 조금 아까울 것 같아.